주택 건설업계에 젊은 최고경영자(CEO)들이 뛰고 있다.
60대 이상의 오너 1세대들이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면서 2세 경영자들이 바통을 이어받고 있는 것.
이들은 30~40대인 이른바 ‘3040’세대로, 젊음과 참신한 감각을 무기로 주택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 건설업계를 누비는 3040세대 경영자는 10여명.
현대산업개발 정몽규(鄭夢奎·41) 회장을 비롯해 우미건설 이석준(李碩埈·39) 부사장, 신명종합건설 박종혁(朴鍾爀·38) 부사장, 동원개발 장호익(張虎翼·36) 상무, 월드건설 조대호(曺大鎬·35) 사장, 현진에버빌 전찬규(全燦圭·33) 전무 등이 대표적인 2세 경영인으로 꼽힌다.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
맏형격인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은 아버지인 정세영(鄭世永) 명예회장의 외아들이다.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하다가 현대 오너가(家)의 재산분배 과정에서 4년 전 아버지와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호적’을 옮겼다.
건설업에 전혀 문외한이던 그는 이제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은어(隱語)까지 제법 이해할 정도로 ‘건설맨’이 다 됐다.
한때 7000가구에 달했던 미분양 아파트를 모두 팔았고, 골칫거리였던 강남구 역삼동 ‘아이타워’도 성공리에 매각하는 실력을 발휘했다.
그는 “아파트 분양의 최대 승부처는 타이밍”이라며 “인허가(認許可)가 떨어질지 여부, 거기에 걸리는 시간을 예측할 수 있어야 건설사 경영도 합리적이 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동안(童顔)이지만 얼굴과 달리 격렬한 스포츠를 즐긴다.
시간이 나면 남산에 올라 MTB(산악자전거)를 타고, 수상스키도 프로급 실력이다.
몇 년 전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열린 철인3종(자전거·마라톤·수영) 경기에도 참가, 250명 가운데 90위를 차지했다.
●신명건설 박종혁 부사장
신명종합건설 박갑두(朴甲斗) 회장의 장남인 종혁씨는 2세 경영자 가운데 현장경험이 가장 풍부하다.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28세 때인 지난 92년 현장 기사로 입사해 대리·과장·실장·상무 등을 차례로 거치며 직원들과 직접 몸을 부딪쳤다.
이런 경험 때문에 소비자들의 심리를 잘 꿰뚫는다는 평이다.
현재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경영 전반을 관장하는 그는 서울 가양동, 중동신도시 등에서 매년 2000~3000가구를 분양했다.
박 부사장은 레저사업에도 관심이 많아, 5년 전부터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온천과 골프장을 겸한 리조트단지를 매입해 운영하고 있다.
그는 “세컨드하우스(별장)와 골프장 사업을 추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한때 좋아했던 골프도 2년 전부터 끊었다.
●월드건설 조대호 사장
‘월드메르디앙’이란 브랜드로 알려진 월드건설 조대호 사장은 역사학자의 꿈을 접고 가업을 이은 케이스.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인 조 사장은 교수가 되고 싶었지만, 부친인 조규상(曺圭祥) 회장의 끈질긴 권유에 지난 94년 기획실 주임으로 입사했다.
이후 경영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지난 96년부터 4년간 미국에 유학, USC에서 MBA를 땄다.
2001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사업기획과 마케팅 등 주택사업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 분양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 수원 월드메르디앙(2000여가구)을 성공리에 팔아치워 주변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조 사장은 당분간 주택사업 외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며 내실에 치중하고 있다.
젊은 사장답게 의사결정이 빠르고, 실무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경영스타일로 겸손함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진에버빌 전찬규 전무
(주)현진에버빌의 전찬규 전무는 ‘71년 돼지띠’로 2세 경영자 가운데 가장 막내다.
대학졸업 후 계장으로 입사해 8년 동안 다양한 현장경험을 쌓은 게 장점.
부친인 전상표(全相杓) 회장에게 엄격한 경영수업을 받아 이제는 토지매입부터 건물완공에 이르기까지 주택사업 전반을 꿰뚫을 정도가 됐다.
분양현장이 생기면 고객들과 직접 상담에 나서기도 하고, 3~4일씩 직원들과 야근도 마다하지 않는다.
전 전무는 “수도권에서 택지매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골프장, 콘도 등 리조트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남해종합건설과 우정건설, 원일종합건설, 일신건영, 동익건설 등도 2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섰거나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동원개발 장호익 상무
동원개발 장호익 상무는 꼼꼼한 경영스타일로 소문나 있다.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열면 3~4번씩 현장을 방문, 마음에 들 때까지 뜯어고친다.
인테리어와 자재도 직접 고른다.
사내 축구대회에 빠짐없이 참가할 정도로 친화력도 뛰어나고, 미 조지워싱턴대에서 MBA를 취득한 학구파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부산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까지 땄다.
지난 97년부터 주택부문을 총괄한 장 상무는 아버지인 장복만(張福萬) 회장과 달리 개방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업계 처음으로 순수 연봉제를 실시했고, 직급에 관계없이 대리나 과장도 팀장을 맡을 수 있는 독특한 팀제를 운영하고 있다.
장 상무는 “기존의 수산업, 금융업 등과 함께 골프장 등 레저산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리모델링, 재건축 등으로 주택사업 영역도 확대시킬 계획”이라고 말한다.
/劉夏龍기자 you11@chosun.com